■  연천주택: 瑞石軒
  | 김광현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지어졌다. 이주택의 남쪽으로는낮지 않은 산줄기가 강을 따라 내려가고 그 앞으로는 강물이 감돌아 흐른다. ‘서석헌’(瑞石軒)이란 서(瑞)라는 글자의 형상처럼수직으로 쪼개진 암벽을 이 집이 마주한다는 의미로 건축주를 위해 붙여드린것이다. 농로옆에 난 길을 따라 집의 동쪽 측면과 북쪽면을 보고 들어오게 하였다.

외관은 내후성 강판과 철골로 마감하여 자연의 정경과 기술적 소재의 결합을 생각했다. 지형에 따라 네면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있다. 정면은 강가를 향해서는 펼쳐진다. 성토로 생긴 좁고 긴 마당과 이를 완충하는 데크와 프레임, 그리고 그사이에서 위아래를 잇는 계단이 마련되어있다. 내려와 있는 안방에서는 이앞마당을 갖는다. 안방은 다른방에 비해 독립적이다. 이에 비해 진입해 들어오는 길에서는 단지 땅의 레벨에 맞추어있다. 현관 앞마당은 한참 돌아와야 그 크기를 알수 있다. 북쪽은 긴 벽와 목재 프레임으로 닫혀있어서 가장 절제된 모습을 보이며, 벽이 땅과 산을 절단한다. 서쪽 면은 집의 바닥이 지면과 일치되어 생활의 공간이 외부를향해 가장적극적으로 드러난다. 서쪽 면과 거실 사이는 땅과 산을 잘라 저 먼 곳의 풍경과 함께 하나의 조형으로 바뀌는 곳이기도 하다.

내부에 들어서면 안에 끼워넣은 두개의 중정을 넘어 저 바깥으로 시선을 이끈다. 집 안의 영역은 이 두 중정으로 나뉘고, 공간이 안으로 파고들게 하였다. 이것은 깜깜한 밤에 집안에 있는 사람이 밖에 나가지않고도, 내부를 밝히며이 중정공간을 중심으로 가족과 방이 둘러싸고 있다는 거주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밤이 되면 아침이 될때까지 커튼을 내리고 닫힌 방 안에서 고립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교외 주택에서 언제나 느껴왔던 문제였다. 거실은 자연에 대면하는 곳이다. 거실에 있으면 강물이 집 아래에서 흐르고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물과 산을 접하는 방식이 적극적이다. 차라리 창틀과 난간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절경을 거실에서 볼수있다. 안방은 지하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여기에서도 작은 중정과 전면의 창을 어떻게 열고 닫는가에 따라 여러가지 거주감을 느낄수있다. 여름에는 탁트인 공간을, 겨울에는중정만을 둘러싼 방을 제각기 체험할 수있다. 절차상 아직은 정면축대의 일부가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는데, 이번 봄이 지나야 조경과 함께 마무리를 지을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서쪽 끝자락에 바닥과 지붕을일체로 만든작은 정자 하나를 만들어 생활의 영역을 확장해보려한다. 해가긴한 여름철 저녁에는 저 멀리 수직으로 쪼개진 암벽이 불그스레하게 보이는데, 이 자리에 정자를 세우고 나면 여름철에 제법 그럴싸하게 쓰일 것이다.

고맙게도 건축주의 가족들이 서울에 있으면 이집이 눈앞에 선하다고 말해줄 정도로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학교 연구실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이 집에서 한 일주일 묵으며 세미나를 할 생각이다. 집을 짓는 보람을 집주인과 함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글/ 김광현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rchious.com)
건축문화 2005년 4월호 [특집]페이지 © anc건축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