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바오로딸 수도회‘사도의 모후집’
  | 김광현+건축연구소A . r u m





이작품은‘성바오로딸수도회’의 피정집으로 여주군에 있다. 기존에 흔히 볼수있는 수도원이라는 형태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이를 공간적으로, 영역적으로 해석하려하였다. 자연에 가까이 가서 이루어지는 수도생활의 근거지이면서 동시에 미디어를 통한 선교라는‘성바오로딸 수도회’의 영성을 건축적으로 분명히 번안하고 싶었다.
이건물은 동쪽으로는 높고 서쪽으로는 낮은 지형을 다양한 마당으로 극복하고있다. 입구로 들어가는 마당,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서 만나는 나무널마당, 두건물 사이의 마당 등여러 종류의마당을 두어, 수도자들이 적절한 위치에서 산책하고 자연을 바라보며 묵상할수 있게 하였다. 전례의 영역과 묵상의 영역, 그리고 친교의 영역이 지세를 정확하게 이용하고 있어서, 수도회의 생활공간이자 훈련의 공간이기도 한 피정 집을 기능과 영역이라는점에서현대적으로해석하였다.

건물은 두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남쪽건물은 이피정집을 관리하는 수녀들이 거처하는 곳이고, 북쪽 건물은 철저하게 묵상을 위한 공간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두건물은식당, 강의실등이 있는 1층시설에서 연결되지만, 식당자체도 남과 북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때로는 평소 손님 식당으로쓰이던곳이‘ㄷ’자의 큰식당으로 바뀌어사용되기도 한다. 식당의 전면에는 작은 마당이있고, 시선은 이마당을 지나 앞산으로 연장된다. 이작은 마당은 사제관위의 데크로 이어지고, 크고작은 마당이 지형의 차를 이용하여 남북으로 이어진다.

두건물 사이의 마당이 다소 좁게 보이는것은 지목을 변경할때 허가받은 땅의 형상 때문이다. 그 사이는 조용한 마당으로, 아무 것도 없는 중정이 수도자의 발길을 기다리고있다. 이마당의 끝은 성당이다. 성당의 전면과 두 건물의 측면이 합치면 중정 한가운데에는 작은 성당이 초점을 이룬다.
두피정건물이 벽이라면, 성당 정면은 성당의 내벽과 같은것이고, 올려진 단은 제대와 같은것이다. 성당전면의 사각형 개구부는 또다른 감실처럼 성체(聖體)를 나타내는 조각물이 들어가기로 되어 있던 것이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다. 은은히 빛나는 옥외의 감실은 밤의 마당을 거룩하게 만들 것으로기대한다. 성당외벽은 고흥석, 벽돌, 노출콘크리트로 되어있다.

성당은 8 0명 정도가 앉는 작은 성당이다. 전면은 노출콘크리트이고, 측면은 라임 스톤에 삼나무를 끼어 단정하게 마감하였다. 천장은 값싼 흡음재를 그대로 사용하였으나 재료와 색채 그리고 음향에서도 제법 성공적이었다. 익숙한 재료와 간결한 윤곽의 입체가 빛을 받아 극도로 억제된 거룩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이성당은 침묵과 빛과 고요에 가득차 있으며, 작지만 단아한 하느님의 공간을 형상화함으로써 현대 한국 가톨릭건축의 본래적 가치를 드러내려고 하였다. 제대와 독서대, 성수대는 모두 건축가가 설계하였다.

성당지하는 공사중에 설계를 변경하여 만든것으로, 기도실로 쓰인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큰 공간에 중심을 주고 기도하는 수도자들을 하느님의 장막이 감싸는 형상을취했다. 이피정의 집 일곽에 납골당이 마련되어있다. 60기의 납골당에 느슨한 구조의 돌판이 가리고 있다. 대지 외곽을 걷는 길은이 납골당을 통해있다. 앞마당은 고인을 위한 추모의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집은 나에게‘공동성의 건축’에 대한 교과서와 같은 집이다. 집이라고는 하나, 이집은 기도로 이루어진 집이고, 기도하는 수도자들에 의해 언제나 기도로 감싸여 있을 거룩한 집이며, “그리스도가 형성될 때까지”기도하는 집이다. 건축은 이렇듯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 한복판에 놓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드니의 수도원 장쉬제르의 기도를 인용하여 이렇게 마당 한구석에 적어 놓았다. “이 집을 고귀하게 빛나게 하시고, 고귀하게 빛나는 이 집이 우리마음을 밝히게 하소서. (Nobile claret opus, sed opusquod nobile claret clarificet mentes.)”하느님의 은혜로 이 건물은 복자 프라 안젤리코 축일인 지난 2월 1 8일에“2005년도 가톨릭미술상”을수상하였다.

글/ 김광현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rchious.com)
건축문화 2005년 4월호 [특집]페이지 © anc건축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