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issue :
Gamnae-scape

부산감천문화마을 빈집레지던지 프로젝트는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문화마 을 내에 소재한 빈집을 국내외 저명한 건축가 들이 리노베이션하여 작가공방으로 활용하고자 기획된 사업이다. 이 마을의 최고 자원인 독특한 마을경관을 보존하고, 나아가 마을의 활성화를 위한 건축적 접근 방식을 제시하여 향후 마을 노후주택의 리노 베이션의 새로운 모델을 삼고자한 목적도 가지고 있다. 승효상, 조성룡, 김인철, 프란시스코 사닌 4명의 건축가와 김병찬, 우헌건축사사무소, 지선재건축사사무소의 협력으로 마을 일원에 소재한 빈집 네 곳이 새롭게 탄생되었다. 지난 2014년 여름, 프로젝트에 관한 전시와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보다 탄탄한 과정을 거쳐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켜면서도 실질적인 마을의 현실과 미래를 성찰 해보 고자한 작 업이 이루어졌다. 물론 레지던시 건물 들의 탄생과정이 매끄럽기만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러한 변화의 바탕이 오랫동안 감천을 지키며 살아온 주민을 위해 존재하고 그 장소적 변환도 그러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각 건축가들의 설계작업이 이루어졌다. ‘감내풍경’이라는 프로젝트의 제목은 지역의 작은 점에 불과한 집들의 삽입으로 마을 전체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마을의 특색을 보다 풍요롭게 바꿔갈 예술가들의 보금자리가 주민들의 삶과 진솔하게 어우러져, 관광지로서 뿐만 아니라 보다 개선된 주거지로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인철 / 아르키움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엄덕문 문하에서 실무를 거친 뒤 아르키움(archium)을 열어 작업하고 있다. 전통에 바탕을 둔‘ 없음의 미학’을 화두로 작업하며, 김옥길기념관, 웅진씽크빅, 어반하이브, 호수로 가는 집 등을 만들었고, 건축가협회상, 서울시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김수근 문화상 등 다수를 수상했다. 저서로‘ 김옥길 기념관’‘, 대화’‘, 공간열기’‘, 바람을 품은 돌집’이 있다.

승효상 / 이로재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비엔나 공과대학에서 수학했다. 15년간의 김수근 문하를 거쳐 1989년 이로재(履露齋)를 설립하였다. 새로운 건축교육을 모색하고자 서울건축학교를 설립하는데 참가한 바 있으며, 1998년 북 런던대학의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였다. 20세기를 주도한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빈자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건축의 중심에 두고 작업하면서, 김수근문화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여러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빈자의 미학’과, ‘지혜의 도시/지혜의 건축’‘, 건축, 사유의 기호’‘, 지문’‘,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등이 있다.

조성룡 / 조성룡도시건축
1983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 및 공원 국제설계경기에서 당선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축의 길을 시작해, 의재미술관,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선유도 공원 당선 및 지앤 아트스페이스, 이응노의집-생가기념관, 서울어린이대공원 꿈마루 등을 작업하였다. 2003년 한국건축가협회상과 김수근문화상 수상, 2001?2013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 2014년 서울시 올해의 건축가상 수상하였다. sa/서울건축학교의 교장(1996~2003),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2004~2009), 2006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도시건축집단/조성룡도시건축 대표이며, 성균관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석좌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프란시스코 사닌 / 시라큐스 대학교
현재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의 런던 건축과 프로그램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AA스쿨, 킹스턴 대학교, 그리니치 대학교, 프린스턴 대학교, 오리건 디자인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방문교수로도 활동한 바 있다. 콜롬비아 메델린에서 태어난 그는 다양한 사회와 문화에 속한 어반디자인에 연구하며, 한국, 중국, 멕시코, 콜롬비아 등 여러 국가에서 건축가 및 도시계획가로 활동하였으며, 여러 건축공모 수상 및 전시 큐레이터 이력이 있다.

김병찬 /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학교 건축과에서 Cum Laude(graduation with distinction) 우수졸업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조교수로 재직해 건축 설계 및 이론을 담당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부산 동아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조교수로 근무하였다. 국내에서는 yo2 김영준도시건축, hna온고당, 삼우 건축사사무소에서, 네덜란드에서는 OMA, C Concept Design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다.

이한식 / 우헌건축사사무소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였고, 이후 한국 해외건설 설계실, 정우엔지니어링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공간연구소 부산지사장, 부산공간건축연구소 대표, 일신설계 대표를 역임하며 건축활동을 지속해왔다. 현재 우헌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으며, 부산광역시 건축위원회 위원 및 부산 국제건축문화제 조직위원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주명구 / 지선재건축사사무소
동의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수료한 뒤, 기용건축과 삼도건축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현재‘ 선이 고운 집’이라는 뜻을 담은 지선재(地線齎) 건축의 대표 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사상육아보육센터의 공모 수상을 시작으로 공공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여 다수의 공공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자갈치글로벌수산명소화 건립공사, 첨단표면처리센터, 화명동 새마을금고 등이 있다.



<부산감천문화마을 빈집 레지던시> 프로젝트에 참여 하였던 각 네 명의 건축가들에게 감천마을과 작업에 대한 네 가지 질문을 던진 서면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아무리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각 개인이 느끼고 기억하는 장소의 추억은 다르기 마련인데, 부산에서 태어나거나 성장한 한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건축가와 이들과 뜻을 함께한 외국 건축가가 바라 본 이 마을에 대한 시선이 궁금했다. 문제의 달동네에서 유명한 관광지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도시재생의 좋은 본보기 현장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주민에 대한 측면에서 얼마나 장소적 변환이 이루어졌는지는 물음표가 남은 상태이기에, 아직도 숙제가 많은 부산감천마을에 대한 건축가들의 생각 또한 궁금했다.
본 인터뷰를 통해 참여 건축가들이 마을을 바라본 시선을 파악하는 것이 뒤에 이어질 그들의 프로젝트를 이해하 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답변 가나다순) 부산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한 풍경을 해석하는데 있어, 마을을 바라본 개인적인 시선이나 감성은 무엇인가? 김인철: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송도에서 멀리 건너 보이던 감천동은 금단의 땅이었고 피안의 세계였다. 비탈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험한 표정과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난삽한 질서만큼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기에 겁 없던 그때였지만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곳으로 돌려놓았던 곳이다. 비록 누추했으나 비루하지 않았을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한 시대의 사실이 이제 문화로 명제를 바꾸어 나타나고 있다. 아래?위 층이 각각 지면에 면할 만큼 가파른 경사지를 깎아 절박한 삶의 장소로 다듬은 극한의 공간은 색을 입고 있어 아름 답다. 우연의 반복이 이어지고 있는 풍경에서 삶이 땅과 만나 건축을 시작하는 해답을 발견하게 된다면 아이러니일까?

승효상: 토속. 땅에 속함이라는 이 단어가 갖는 힘. 비록 세속적 상업주의에 의해 혹은 값싼 연민에 의해 그 힘을 판별해 내는 일이 어렵게 되어 있었어도, 땅이 존재하는 한 그 힘은 사라질 수 없다.

조성룡: 감천문화마을의 의미는 오랜 시간동안 이 땅에 축척된 삶의 궤적이다. 지형과 기후조건을 이용하고 극복한 결과로서 삶의 풍경이다. 단순한 미학이나 감성 으로 해석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정책보다 치열한 생활공간으로 이해하고 궁리하여야 한다.

프란시스코 사닌: 이 프로젝트는 감천마을의 얽히고설킨 골목길들이 보여주는 풍부한 공간 문화를 기념하는 것이다. 대지에는 언제나 친근한 스케일의 골목길이 기념비적 스케일의 풍경과 대비를 이루며 존재하기 때문에, 친근함과 장엄함이 공존하는 진정 독특한 도 시 조 건 을 만 들 어 낸 다 . 이 프 로 젝 트 가 감 천 의 공간적·문화적 풍요를 탐색하고 기념하며, 발견할 수 있는 수단이자, 내밀한 뒷마당부터 장엄한 시야, 웅장한 스케일의 주변 지세와 대지의 풍경에 이르는, 감천의 다양한 스케일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길 바란다. 건물의 내부 공간은 골목길과 계단, 테라스의 복잡한 연결망 체계를 확장한 것인데, 이런 체계는 감천에 강한 문화적 정체성을 제공하는 풍부하고 강력한 도시 모델이다. 이 건물은 내부에 골목길을 끌어들여 다양한 높이를 가로지르는 공적인 실들을 연속으로 엮어내는데, 그렇게 문화와 예술을 전시함으로써 이 건물의 주된 목적이 사실 감천 그 자체를 전시하며 일정한 틀 속에서 기념한다는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에서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의 예술활동과 그들의 창작물이 얼마나 마을 속에서 활발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중요한 사안이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건축가가 마련한 건축적 장치는 무엇인가?

김인철: 아무 것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것이 없는 공간을 만들어 입주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자유롭도록 했다. 커뮤니티를 이룰 이웃과 관람자들 역시 일상의 일부가 되어 어울리기를 바랐다. 예술 활동을 특별한 것으로 여기기보다 생활의 연속선에서 발생하는 새로 움의 발견이라 생각하기에 공간을 꾸미지 않았다. 쉽고 편하게 접촉이 일어나도록 원래의 구조와 형태를 단순 하게 정리했다. 비교적 평범한 조건이었으므로 극적인 공간을 연출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승효상: 예술활동을 하는 작가의 창작정신을 존중하는 일. 모든 작업의 풍경을 상상하고 설정한 다음 그 구체적 장치들을 제거하며 비워내는 작업.

조성룡: 입주작가들의 활동 역시 주민의 입장에서 고려 해야 한다. 어떤 작업이든 커뮤니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명소, 명품장소 만들기가 아니다.

프란시스코 사닌: 이 프로젝트는 공공을 위한 방으로, 말하자면 예술가와 대중이 서로 소통하며 만날 수 있는 장소로 계획되었다. 여기서는 감천 자체가 영감의 장소 이자 작품의 배경이 된다. 아울러 다락은 예술가에게 필요한 내밀하면서도 사적인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예술작품과 함께 관광객은 늘었을지언정, 마을 주민을 위한 도시기반시설은 아직도 미비한 실정이다. 마을 주민들의 낙후된 생활기반시설을 증진시키면서 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인철: 도로를 정비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하는 것은 마을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스케일이다. 관광을 전제로 하는 개발은 아무런 의미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 가파른 땅과 가파른 일상이 살아있도록 해야 한다.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을 확보하는 기획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현재성 이 연결되는 정비의 방법이 옳을 것이다. 볼거리를 만들 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보전하는 것에서 멈추어야 한다.

승효상: 공공공간의 공공성을 증대시키고, 지가상승을 막는 장치를 강구하여야 하며, 침술을 놓듯이 몇 개의 중요한 지점을 선택하여 작은 공공시설을 두어 사유영역 스스로 환경을 개선하게 하여야 한다.

조성룡: 경사가 급한 대지이다. 우리가 맡은 6-1513, 14번지 주택은 45도경사의‘ 별계단’(148계단으로 알려져 있다. 감천마을에서 가장 가파르고 길다.)에 바로 붙어 있다. 윗길과 아랫길의 높이 차이가 6m이다. 이 프로 젝트의 가장 큰 역할은 마을사람들과 방문자들이 오르 내리기 편한 계단을 집 내부에 장치하는 것이다. 윗길은 마을쉼터로 연결되고 이 길을 계속 따라 가다보면 당산나무 옆 산복도로에 닿고 주민들이 마을버스를 탈 수 있다.

프란시스코 사닌: 이 질문은 간단치 않은, 다양한 수준 에서 다룰 필요가 있는 질문이다. 전통적 기반시설 수요 (급수, 배수, 교통 등)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늘어나는 수요에 응하는 공공 공간과 공공 건물 등의 기반시설 수요를 인식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이번 감천마을 빈집 레지던시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한 솔직한 평가는?

김인철: 이번 작업은 일종의 예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도시의 곳곳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개발과 보존의 갈등이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현상은 감천 문화마을에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지자체와 주민의 의식이 깨어있어 우리가 도운 것이므로 앞으로 전개될 마을의 미래상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과 민이 공감하고 동조하는 진행이 될 수 있다면 충분할 것이다. 건축은 건축만의 영역이 아니지 않은가.

승효상: 시각적 접근이 아닌 공간적 접근으로서 건축이 시작되었으니 이를 이어 갈 다음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노력 역시 파편적 결과로만 남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조성룡: 실시설계와 공사과정에서 기본계획의 개념이 다소 변경된 점이 아쉽다. 관광객 유치보다 주민들을 위한 보행동선, 오픈스페이스의 확충, 오배수 처리 등 도시기반시설의 확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명품단지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프란시스코 사닌: 감천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한 사례 로서 세계적인 참조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 보다도, 감천 마을의 복잡하고 풍부한 문화와 공간은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례다. 그 가치는 향수적인 게 아니라, 매우 현대적인 것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김인철/ 아르키움 + 우헌건축사사무소

감내풍경의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특징적인 요소는 한 치의 여유도 부릴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절박한 비탈이다. 하지만 그 절박함은 끝자락의 정상부에서 능선을 이루며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는 평지로 풀어진다. 그런 여유 때문인지 네 가구의 비좁은 삶이 구차한 흔적을 만든 능선 위 4인치 블록 집은 오히려 단순하고 평범했다. 감내마을의 풍경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요소인 수성페인트의 파스텔 색조로 맥락이 이어져 있지만 여느 달동네의 바라크(baraque)와 다를 것이 없다. 작은 공원을 만들기 위해 이웃한 두 채를 헐어 마련된 빈터가 나의 작업에 포함되었기에 옛집의 자취와 남아있는 집을 하나로 묶어내는 공간의 흐름을 만들려고 했다. 폐허는 물성이 소진된 흔적이어서 실체가 없는 공간을 증명하는 증거처럼 존재한다. 빈터와 마주하는 집은 원형을 유지한 채 단순한 공간이 되도록 정리했다. 경사지가 아니므로 공간의 조직을 조작해야 할 조건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건축의 공간은 쓰임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이 공간을 사용할 작가의 작업과 전시가 가능한 최소의 기능만 해결했으므로 공간의 실제 완성은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문과 창 등 건축의 해법으로 보이는 것은 지난 시간의 기억을 되살리는 기호일 뿐 어떤 조형적 의도도 없다. 건축은 이곳에서 일어날 앞으로의 사건을 지켜보는 배경으로 봉사하기 위해 뒤로 물러난다. 그래서 바닥과 벽과 천장을 애써 구분하지 않은 백색의 공간은 그저 비어있는 없음의 상태이다. 예산과 행정의 이유로 빈터의 작업이 함께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우나 후속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한동안 홀로 버텨야 하니 아직은 미완의 완성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글: 김인철



독락의 탑

승효상/ 이로재 + 우헌건축사사무소

동네길, 동네계단, 동네마당 그리고 독락의 탑 경사각도 30도에 가까운 산기슭에 들어선 감천마을은 테라스 형식의 건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런 자연조건의 입지를 가진 마을에는 마당 같은 마을공동체를 위한 공공영역을 얻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며, 서로의 교류도 어렵다. 따라서 공동성의 문제가 늘 상존하기 마련이다. 주어진 과제는 두 필지의 건축인데, 아랫길과 윗길에 걸친 한 채와 아랫길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또 다른 한 채를 같이 개수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계단을 공공화 시키면 일반 주민도 인접한 위 아래 길에 바로 접근이 가능하며, 아랫길에서만 접근되는 집의 지붕 위를 평지로 만들어 윗길과 연결하면 서른 평 가까운 마당이 생기니, 공공성이 그나마 확보된다. 그럼으로써 이 집은 동네의 공적 영역으로 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평지가 아쉬운 곳에 위층 옥상의 평탄면은 또 귀하다. 이곳까지 동선을 끌어들이되 이 공간을 나무 루버로 둘러싸면 여기서 얻게 되는 풍경은 특별하며, 마을 전체가 화려한 색채를 가진 탓에 장소의 위치를 인지하기 어려운 문제도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 옥상의 공간에서 가끔 혼자가 되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홀로됨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독락(獨樂)의 탑이라 이름하였다. 글: 승효상



별계단집

조성룡/ 조성룡도시건축 + 김병찬/ 한국예술종합학교 + 지선재 건축사사무소

감내는 에게(Aegea)해의 바위섬과 비슷해보이나 지형이나 경관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전쟁 이후에 부산으로 모여든 피난민들이 살던 다른 산동네 풍경과도 다르다. 자연발생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성된 토속적인 마을이 아니라 스페인의 한 산악도시 모델 힐 타운에 가깝지만 지역 공동체의 삶이 만들어 낸 시간의 풍경이고 등고선을 따라 자리 잡은 주거공간의 배열과 골목길의 위계와 패턴이 뚜렷한 계획적인 정주공간이다. 148계단, 별을 바라보는 계단 길에 면한, 이 빈집 레시던시 프로젝트의 단순한 목표는, 집 안팎을 관통하면서 옥녀봉 산자락에서 앞집 너머로 비탈진 마을을‘내려다보는 시선’,‘ 복잡하고 어지러운’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을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골목길, ‘통로’ 만들기이다. 글: 조성룡



공공의 방, 도시산책로

프란시스코 사닌/ 시라큐스 대학교 + 김병찬/ 한국예술종합학교 + 지선재 건축사사무소

이 프로젝트는 감천문화마을의 골목길 체계에서 읽을 수 있는 풍부한 공간과 문화를 되새기는 데 의의를 가진다. 방문자는 대지 내에서 두 가지의 대조적인 공간적 스케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하나는 골목길의 친숙한 공간적 크기이며, 다른 하나는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함을 만들어낸 웅장하며 기념비적인 풍경의 규모이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감천의 공간적 그리고 문화적 풍부함을 탐험하고 되새기며 새롭게 발견하는 장치로서 역할하기를 기대한다. 방문자는 이 건축적 장치를 통해 아늑한 뒤뜰에서부터 장려한 지형과 풍경에까지 다양한 차원의 공간적 스케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건축물의 실내공간은 감천문화마을을 강한 문화적 정체성과 풍부하고 강력한 도시모델로 만들어낸 골목길, 계단, 테라스의 복합망의 확장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골목길은 실내공간으로 연속되며 다양한 레벨의 공공의 방들에서 연속적인 공간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이 프로젝트에서‘ 전시’한다는 개념은 예술 작품의 전시 뿐만 아니라 감천문화마을 그 자체를 액자화 하고 전시하며 기념하는 내용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글: 프란시스코 사닌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16년 4월호 [Special issue]페이지 © 에이엔씨출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