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ATURE Architectural Prototype
Architectural Prototype
건축 프로토타입의 활용 유형



프로토타입(Prototype) 은 사전적으로 원형(原型), 전형(典型), 기본형을 뜻하며, 일반적으로는 상품화 이전에 제작하는 실험 모델, 즉 시제품(試製品)을 의미한다. 이는 기계,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과정으로 개발, 연구단계에서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건축에서 프로토타입은 어떻게 활용될까? 실제 스케일로 전체적인 모형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건축 분야에서는, 모듈을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하여 설계를 진행하게 된다. 이를 활용한 설계는 미리 가시화된 자료를 봄으로써 문제점을 찾거나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변형할 수 있으며, 다양한 대안 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이점을 가져온다. 이러한 프로토타입의 실험은 공간 모듈, 디자인 및 재료(소재), 구조, 입면 디자인 등 다양한 유형들로 이뤄지며, 3D 프린터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Digital Fabrication)이 활용되면서 건축에서의 프로토타입이 가지는 의미와 그 구현방법이 점차 확대 및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프로토타입을 이용해 건축실험을 진행하는 세 명의 건축가(스튜디오)의 작품들을 인터뷰와 함께 소개한다. 정사각형의 원리에 기초하여 2차 거듭제곱법의 역모델을 제시하는 사례와 스마트 소재와 패턴 제작을 결합하여 열에 반응하는 일체형 구조를 연구한 사례, 단순하게 구기는 행위가 건축적 개념으로서 분절과 변형으로 작용되는 사례 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건축에서의 프로토타입이 가지는 중요성과 의미를 찾고, 때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소재들이 영감의 원천이 되며, 프로토타입으로서 활용되고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더하여, 국내 건축계에서 소외된 프로토타입 연구와 건축적 실험이 실현될 수 있는 배경과 자세에 대하여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진행: 최미호
Interview
건축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세 명의 건축가들에게 프로토타입과 그들의 작업에 관하여 서면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건축실험에 대한 진행 및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해 물으며, 프로토타입이 설계과정에서의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색해보았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건축에서의 프로토타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프로토타입 연구의 배경

Anna Rita: 모든 게 움직이는 순간에는, 집도 전세계를 여행하는 개인이 갖고 다니는 옷처럼 여겨지리라 생각한다. 이럴 때에는 작고 부드러운 부재와 부품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다.
Doris: ‘ 건물 피부(building skin)’라는 용어는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특히 학교에서 관심을 생물학에서 건축으로 옮긴 이후로 그랬는데, 나는 건물의 피부가 식물이나 동물의 피부처럼 작동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나는 아는 게 거의 없었고, 건물의 피부란 혁신적인 사고방식이었다.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떨치지 못한 무엇이었다. 피부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제1의 방어선 역할을 하는 신체 기관이다. 그래서 나는 환경과 인간에게 더욱 감응하는 건물을 만들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로 했다. 우리의 건축술과 건설기술을 향상시킬 방법들을 살펴보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건축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 재료(에너지나 제어가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재료)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나는 실물 크기의 프로토타입이 유용하다는 것을 빠르게 알아차렸다. 재료의 분자 구조 및 행동은 논리곱(AND)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닌데다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그다지 신뢰할만한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Sophia: 내가 주름진 표면의 프로토타입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델프트(Delft) 공대 건축학부에서 주름/접기 (folding)를 활용한 설계 방법론을 연구하면서부터였다. 당시에는 설계 스튜디오에서 프로토타입이 분명 객관적인 결과물로 취급되지는 않았지만, 설계를 발전시킬 때에는 필수적인 도구이다. 나는 완성된 설계 프로젝트에서 설계 과정의 측면으로, 말하자면 물리적 모형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설계 과정으로 초점을 옮기는 차원에서 첫 저서인‘ 폴딩 아키텍처(Folding Architecture)’를 출판했다. 프로토타입 제작은 건축 도면이 재현해야 하는 수많은 설계 요건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만큼 비교적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바우하우스(Bauhaus)의 방법론 이후로, 프로토타입은 건축가의 창작에 핵심적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프라이 오토(Frei Otto)의 초기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재료 형식의 구조적 능력을 통합하는 형태-찾기는 프로토타입 제작에 의존한다. 오늘날 프로토타입은 디지털 제작에서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소다. 따라서 이것은 건축의 혁신을 위한 잠재력 때문에 중요하며, 창조성을 유발하기 위해서나 과학적 탐구를 뒷받침하는 정확한 물리적 모델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프로토타입은 개념을 드러내는 최초의 증거다.

영감의 원천

Anna Rita: 나는 건축이 과학과 예술의 완벽한 종합이라고 굳게 확신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한편으로 우리 주변의 현실을 결정하는 사실(새로운 기술과 재료의 사용)에서 영감을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과 철학, 문학,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조형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을 연구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예술은 언제나 정치, 문화, 사회 사상을 가장 잘 표현해왔으며, 대부분 건축보다 오래 전에 표현되고 발전되었다. 예술가의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예술적 지식도 건축가의 영감을 이루는 필수요소다. 단순한 건축 기술자에게 없는 진정한 건축가만의 특징이 바로 이 '예술가의 사고방식'이다.
Doris: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는다. 동식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생태와 광물, 자동차/비행기 디자인을 살펴보기도 한다. 또한 동적 시스템과 움직이는 사물들, 항공역학을 연구하기도 한다. 나의 작업에서 물리학이 그렇게 큰 역할을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었다.
Sophia: 최근에는 경량 건축 부재들의 계보를 연구하면서 영감을 얻는다. 아랍의 마슈라비야 (mashrabiya) 문양에서 지중해 모더니즘 슬라브들의 타공 벽돌 담까지, 일본식 병풍에서 1960년대 열린 평면 공간들의 내부 파티션, 2000년대에 디지털 방식으로 만들어 제작한 실험적인 공간 설치물까지, 음향적으로 조절한 벽체에서 동적인 반응성 입면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런 역사적 선례들이 미래의 비전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일반적인 진행과정

Doris: 우리의 설계 과정은 주로 상향식으로 이뤄진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때면, 우리는 하나의 유닛에서 움직임과 움직임의 제어를 함께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 더 큰 표면들을 쪽매붙임(tessellating)하는 방식으로 검증을 실시한다. 개개의 단편과 전체적인 배열 사이에서 수많은 패턴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나면, 활용도를 고려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경우, 활용도는 우리가 설계하는 표면이나 시스템에서 나오는 능력에 기초할 때 잘 드러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린다. 놀랍게도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들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폭넓은 사고를 통해 아이디어들이 구축된다.
Sophia: 일반적으로 프로토타입 연구과정은 재료의 변형 특성과 디지털 모델링 및 제작을 연속적으로 잇는 생성 절차로 이뤄진다. 테살리(Thessaly) 대학교의 폴딩 건축 연구소(Folding Architecture Laboratory)에서 나는 참여적인 형태 생성기법도 연구한다. 한 그룹의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형태 생성 규칙들의 보고를 구축하는 것인데, 이런 규칙들은 단순하며 그 명령들은 조작하기 쉬운 그래스호퍼 스크립트(grasshopper script) 같은 알고리즘으로 정의할 수도, 사용자가 수동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프로토타입은 협업하는 창작자 구성원들에게 각자 전용하고, 강화하고, 변경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된다.

프로토타입 연구의 어려움, 현실적인 문제

Anna Rita: 어려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탈리아에서는 부드러운(soft) 건축을 생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게 육중한 벽체로 지어지니 말이다.
Doris: 나한테 시간과 돈과 도움이 더 많았다면, 여러모로 훨씬 더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건 어느 연구자라도 똑같이 할 수 있는 불평이다. 우리는 모든 수준의 문제와 맞닥뜨린다. 그게 게임의 본질이지만, 우리는 거기에 익숙하다. 우리 사무소의 아주 중요한 자질인 지략을 갖춤으로써, 우리는 문제를 돌파하고 또 다른 프로토타입을 구축한다. 그리고 때로는 실수가 새롭고 놀라운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작업은 많은 경우 뜻하지 않게 이뤄지곤 한다.
Sophia: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연구할 때 특히 도전적인 과제는 물리적 모형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형태와 재료 안에 가능성의 장(場)으로서 잠재하되 사전에 결정되지 않는 어떤 위상(位相)학적이고 형태학적인 사건들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있다. 디지털 물성에 관한 담론에서는 물리적 모델링을 디지털 형태 생성의 보완적인 과정으로 생각하며, 패트릭 슈마허(Patrick Schumacher)는 이를 물성적 컴퓨팅(material computing)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내가 보기에 물리적 모델링과 프로토타입을 통한 형태 생성은 도전 과제를 만들며, 이는 때때로 예측한 결과를 뛰어넘어 디지털 시뮬레이션의 부적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리적 프로토타입은 물성적 다이어그램처럼 완전히 자율적이고 추상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불안정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프로토타입은 보완적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생성적으로 기능한다. 프로토타입은 규모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실제 스케일까지 제작하는 연구 방식에도 유리하다. 실물 모형(Mock-up)은 건축 실무에서 점점 대중화되고 있는데, 인지효과 측면에서나 특별한 활용도의 측면에서나 전례 없는 기술적 해법과 건축적 성능을 실험해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중간 축척의 프로토타입은 물성의 측면을 더 추상적으로 탐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구조와 제작을 해결하기에 효과적인 정보도 전달한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관심있는 이슈

Anna Rita: 현재 건축의 움직임을 기초로 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것이 개인을 대신하는 주체성을 획득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회전과 활강, 흐름, 전복과 같은 동작을 통해 각 부품과 요소를 움직임으로써, 골고루 다양한 공간적 조건을 단시간에 무한히 얻을 수가 있다. 정보화 시대에서 주택 공간은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공간이 된다. 컴퓨터로 일할 수도, 말할 수도, 연구할 수도 있으며, 필요한 모든 물품을 사거나, 화상회의를 할 수도 있다. 컴퓨터는 우리의 명령에 따라 공간을 지각하는 대안적이고 색다른 방식을 재현하는데, 우리가 연역적으로 접근하는 형태 찾기뿐만 아니라 순수하고 단순한 제스처를 통해서도 건축이 스스로를 표현하게 만든다. 그저 움직임만으로도, 언제나 다양한 표현을 얻을 수가 있다. 이러한 표현이 적용된 주택들은 항상 유연하고 경제적이며 가변적임에도, 건축을 움직일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과 함께 제작된다.
Doris: 현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자동 차양 창문시스템을 시장에 출시하려고 한다. 이 시스템은 유리면에 햇빛이 닿으면 자동으로 움직여 햇빛을 대부분 차단하며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제조과정과 관련된 새로운 수준의 문제여서, 도전적이고 흥미진진하다. 올 여름에 완성될 몇 가지 설치 작업도 진행 중인데, 우리는 어떤 작업에서든 새로운 움직임과 메커니즘, 활용도를 검증할 기회를 갖는다. 이런 작업들은 야심차고 완전히 새로운 것이어서, 그게 잘 될지는 우리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만큼 도전적인 (게다가 재미도 있는!) 작업들이다.
Sophia: 폴딩 건축 연구소에서는 현재 9월말 개최될 ‘앰비언스(Ambiances) 2016 국제회의’ 행사의 노천무대에 쓰일 가변적이고‘ 유연한 벽체’(삽화‘ Pleated Wall’ 참조)를 개발 중이다. 연설자와 공연자에게 시각적?청각적 배경을 제공하는 유연한 벽체는 다양한 행사 간 내용의 차이를 알리며 형태를 변경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벽체는 독립적으로 서서 행사가 열리는 원형극장과 회의장이라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기능 영역을 표현하는데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학술발표 대회와 대비되는 편안한 감각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표면을 무작위로 접는 조건들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연구 결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재료의 변형 특성에서 디지털 모델링 및 제작까지 연속으로 다루는 형태 생성 절차에서 유래한다. 유연한 벽체란, 생성적인 형태 속에 주름/접기의 패턴으로서 동적인 움직임이 각인되어 외형이 변화되는 표면이다. 유연한 벽체의 혁신적 측면은 구조와 패널이 하나의 연속 표면으로 통합되는 데에 있다. 이 강화된 이중 표면을 발명하기까지는 다양한 규모로 발전시킨 유연한 표면 프로토타입의 도움이 컸다.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16년 5월호 [korean PROJECT]페이지 © 에이엔씨출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