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n Project :
Laye red House -4D
지산동 주택

박범준/ (주)나우종합건축사사무소

박범준_나우종합건축사사무소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후 (주)원도시건축에서 실무를 수련하였다. 2006년 (주)나우종합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고, 도시에서 공간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에 몰두하며 작업을 해오고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성요셉병원, 제이앤제이 컨벤션, 엠아이텍연구소, 농협연합장례식장, 주상복합 DOMUS 등이 있다.
이 프로젝트의 대지가 갖는 특성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건축물에 반영되었는가? 본 대지는 평택 북부의 도심지로부터 400m 떨어져 임야를 등지고, 30%의 북측 경사지로 정남향을 취하고 있다. 대지의 절토 및 성토를 최소화시켜, 도로의 레벨에 그대로 건축물을 얹히면서 주차 및 작업 공간, 주거 공간, 아뜰리에 공간을‘ 적층배치’하여 대지의 경사에 순응토록 했다. 이 프로젝트의 건축가이자 건축주로서 무엇보다 사용자 삶의 특징에 대한 확실한 분석이 설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어떤 특징이 어떠한 공간으로 나타났는가? 그동안 많은 설계를 진행하면서 의뢰인의 요구를 읽어내 공간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몰두해온 것에 익숙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설계초기에는 나 자신의 공간적인 요구에 혼돈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공간적 요구를 정리해 나갔으며, 나 자신이 오래전부터 간직해오던 공간구성의 원칙을 지키고, 공간 하나하나에 대하여 원론적인 개념을 정의하면서 필요공간을 재구성해나갔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만날 때 그 사잇공간(buffer)을 향유하고 싶었으며, 시간의 흐름을 공간에 담고 싶은점, 인위적으로 건축물의 입면을 조절하고 싶은점, 공간과 공간의 합체와 분할을 자유롭게하여 다양한 공간의 창출을 하겠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공간을 구성해 나가는 방식을‘ MASS의 집합’ 또는‘ VOLUME 분절’이 아니라‘ LAYERED 운동’ 방식으로 이루어 내고자 하였다. 이럴때 벽의 개념은 내부와 외부, 공간과 공간의 구획이 아니라 그것들의 소통의 통로가 된다는것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자녀를 위한 공간 배려가 돋보이는데, 자녀들이 커가면서 바뀌어지는 삶의 패턴을 어떻게 공간이 수용하여 맞춰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방안은 어떠한가? 늦은 나이에 얻은 4살, 2살 사내아이로 인해 삶의 조건과 패턴이 바뀌었다. 이 집은 아이들의 행동 패턴에 공간의 구성이 맞추어져 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거실과 아이방은 움직이는 커다란 벽체가 공간을 더하기도 하고 분절하기도 하여 아이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동 패턴을 담으려 하였다. 물놀이 공간이 세탁실을 통해 실내부로 이어지는 동선은 기존의 일반적인 집들과 다른 구성이라 볼 수 있다. 보통 주방 뒤 다용도실에 세탁 공간을 두기 마련인데, 드레스룸과 연계하여 배치함으로써 주부의 동선에서 주방과 세탁 공간을 분리하였다. 현재 2층 공간은 본인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장래 아이들이 커가면서 독립된 공간의 요구가 필요할 경우를 위하여 마련해 놓은 곳이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재료들의 조합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건축가로서 표현의 욕심이 많았다고 고백하고 싶다. 다양한 재료의 사용은 건축가로서 그 재료들의 느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첫번째 이유이고, layer 마다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layered 공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싶었던 조급함이 두번째 이유이다. 현재 사용하면서 스스로 거주 후 평가는 어떻게 보는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한 결과물이므로 공간의 느낌은 예상했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부분적으로 움직이는 벽과 문들에 의한 공간변화의 연출은 아이들의 자유분방한 움직임에 잘 대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2층 스튜디오의 고창을 스테인드 글라스로 처리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컬러의 변화를 내부 벽체에 투영하려 시도한 점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도 그 공간 속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섞여있어 더욱 만족 스럽고 행복하다. 인터뷰이: 박범준(나우종합건축사사무소) 거주함으로의 존재하기 (바우엔, Bauen) ‘가족이 생활하는 터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집’이라는 단어는‘ 짓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짓다’는 세우거나 만드는 일체의 행위를 뜻한다. 그래서 집의 옛말은 ‘짓’이었다.‘ 짓다’는 쓰임이 너무나 다양하다.‘ 짓다’는‘ 옷을 짓다’,‘ 밥을 짓다’,‘ 집을 짓다’와 같이 의식주에 해당하는 명사 뒤에 공통적으로 붙을 수 있는 동사다.‘ 짓다’의 활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미소짓다’,‘ 표정짓다’,‘ 울음짓다’,‘ 농사짓다’,‘ 이름짓다’, ‘약짓다’‘, 죄짓다’‘, 짝짓다’‘, 구분짓다’ 등 그 쓰임새가 끝이 없어 보인다. 감정과 생활영역 그리고 사고와 판단의 영역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짓다’의 관용적 표현들 자체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생활 이야깃거리다. 즉 인간의 존재론적 언어적 표현들이다. 여기서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짓기, 거주하기, 사유하기(Bauen, Wohnen, Denken)’에서“ 짓기를 통해서 거주함에 이르고, 거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존재한다”라고 언급한 내용을 상기시킨다. 그가 말하는 바우엔(Bauen)의 일반적인 의미는 건축함이다. 하지만 하이데거가 생각하는 원초적 의미는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를 포함하되 더욱 근원적인 의미로서의‘ 짓기’, 앞에서 살펴본 우리의 존재론적 언어적 표현인‘ 지음’에 가깝다. 즉 고대어 바우엔은“ 인간은 그가 거주하는 한에서 존재한다” 라는 것이며, 구체적 존재양식으로는 돌봄과 보호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이데거는 거주함의 근본 특성을‘ 보살핌’이라고 한다.‘ 보살핌’은 우리가 어떤 것을 처음부터 그것의 본질 안에 그대로 놓아둘 때, 오로지 그것의 본질 안으로 되돌려놓아 간직할 때, 즉 위협으로부터 보호함을 위해 울타리로 둘러쌀 때 일어난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산동 주택>은 실존적이다. 자신의 존재방식을 하이데거가 말하는 바우엔의‘ 보살핌’을 주제로 하늘과 땅 사이에 건축적으로 진실하게 구현하였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 놓여진 이 집은 주어진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자 한다. 미술사학자 최순우가 우리네 전통 담장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글이 연상된다.“ 동산이 담을 넘어 들어와 후원이 되고, 후원이 담을 넘어 번져나가면 산이 되고 만다.” 아이들의 돌봄과 성장을 염두에 둔 내외부 공간의 연속성과 이를 프레임의 중첩으로 견고한 형태적 이미지의 창출 그리고 벽체의 가변적 공간구성 등은 단순한 거처의 기능만을 위한 집이 아니라‘ 보살핌’이라는 거주의 본래적 의미를 자신의 삶의 양식으로 소박하지만 전문가적 관점에서 진솔하게 구현한 결과일 것이다.

글: 성기창(국립한국복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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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문화 2016년 7월호 [korean PROJECT]페이지 © 에이엔씨출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