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n Project :
프로젝트 I
Project I

예공포럼 건축사사무소


이성만_ 예공포럼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한양여자대학 및 안산대학에 출강, 현재 (주)예공포럼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도시, 건축, 공간과 이에 담긴 사회,문화 현상을 관찰하고 해석하는데 기반을 두고, 도시와 건축, 문화와 예술 등 도시건축문화 전반에 걸친 지속가능한 공간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다양한 스케일의 실험을 통한 작품활동들을 수행해오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의왕시 문화예술회관, 성남스포츠센터, 송담대학교 학생회관 및 창업보육센터, 판교노인복지회관 등이 있으며 순천시 시민교육문화공간으로 2015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지상 1층 평면도 www.yegongforum.com

설계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이슈가 된 주안점은 무엇인가?
대지는 청담동의 이면도로 깊숙이 위치한다. 이 장소는 사람들에 의해 지배되는 일반적인 상업가로와 달리 자동차가 길을 지배하는 곳이다. 청담동은 욕망이 자리잡은 도시이다. 이 소비자본의 장소에서 대면한 문제는 첫 번째‘ 최대의 용적률’,‘ 최대의 전용율’의 경제논리 앞에서 건축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두 번째, 내밀한 장소도 상업공간이 될 수 있는 청담동에서 건축물의 표피에 국한된 디자인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였다.


건물의 외피에서 수직적인 요소가 강조되었음이 느껴진다. 전면 파사드 및 측면의 돌출된 입면 등 외관 전체에 적용된 디자인 콘셉트는 무엇인가?
외피에서 가장 드러나는 것은 수직성이다. 이 수직성은 중세시대 이탈리아 부호의 대저택인 팔라초 (palazzo)의 중정에서 기인한다. 회랑형태의 팔라초의 중정은 수직부재들로 위요된 공적인 장소이다. 이 내부의 공적인 장소는 폐쇄적인 팔라초의 외관에 비해 열린 공간감을 제공한다. 이 수직부재는 닫힌 외관과 열린 내부중정 사이에 위치한다. 열림과 닫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수직부재는 중요한 건축적인 어휘일 것이다. 서양뿐만 아니라 한국건축에서도 공적인 장소에서의 공간의 위요는 수직부재가 한 부분을 차지한다. 병산서원의 누각은 사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문과 벽이 없는 장소이다. 이 누각은 자연과 공간의 경계에 위치한다. 이 경계의 장소는 공적인 행위를 담으면서 자연경관을 향해 열려있다. 여기서 수직부재는 공간을 결정지음과 동시에 경관에 대해 반응하는 건축적인 장치이다.


닫힌 듯 열린 내외부 관계가 외피 디자인과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가?
청담동의 상점들은 일반적인 관념의 상점들과 다르다. 열린 창과 길이 직접적으로 면하여 사람을 끌어 들이지 않는다. 단지 닫힌 입면의 상점들이 자신을 찾는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 보이지 않는 경계를 드리운 건축물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드러낸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수직성을 강조한 부재들이 구성하도록 했다. 이 수직부재는 수직성이 강조하는 기념비적인 느낌을 통해서 소규모 필지의 소규모 상점을 보다 커다란 이미지를 가지게 한다. 또한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강화함으로써 청담동 건물들과 맥락을 같이한다. 외피는 닫음으로써 내밀한 장소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내밀한 장소이면서 주변경관을 끌어들이는 ‘이율배반(二律背反)’의 건물이기도 하다. 본 프로젝트의 내부공간은 열린공간이다. 청담동 일대의 경관이 내밀한 내부공간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온다. 경관과 어우러진 내부공간은 보다 깊은 공간감을 제공하고, 외부의 열린 휴게 데크와 연계하여 차별화된 장소성을 제공한다.

외피와 공간이 연동되는 건축적 장치가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그 관계와 구현된 형태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외피를 구성하는 수직부재들은 일반적인 정방형의 기둥과 달리 사다리꼴이다. 이 사다리꼴의 수직부재는 단순한 장식성을 지양한다. 이는 내외부를 경계 짓는 표피이면서 내부공간의 성격을 결정짓는 시스템을 가진다. 이 사다리꼴은 기본적으로 90도, 135도 각도로 구성된다. 90도만으로 구성된 정방형 또는 장방형의 수직 부재들은 그 깊이감에 따라 내외부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사다리꼴의 열린 각도는 외부에서는 시선을 차단하고 내부에서는 경관을 향해 시선을 열어준다. 또한 햇빛과 같은 자연요소를 시간에 따라 조절하여 공간의 깊이감을 다양하게 한다.

청담동에서 건축물의 표피에 국한된 디자인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였는가?
소규모 상업건축에서 법과 제도가 소위 말하는 건축디자인을 한다. 특히 소규모의 대지에 자리 잡는 건축물일수록 법과 제도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최대 용적율, 최대 전용율의 해법 가운데 건축공간은 짜맞춘 듯 완결된 형태를 가진다. 규모와 경제성만이 건축물의 성격을 특정 지을 뿐 건축가의 역할은 미약하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상업(근생)건물에서 건축가의 역할은 외피만을 조작하는데 국한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외피만을 조작하는 자위적인 한계를 최대한 지양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외피와 공간이 연동하는 건축적인 장치를 제안한다. 건축적인 장치는 도시와 경관, 자연과 공간의 경계에서 서로를 매개하는 디테일이다. 두 번째 일반적으로 상업공간은 수평적인 상권의 흐름을 적층한다. 여기에 적층된 상권을 연결하는 수직동선의 역할은 중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답습하면서‘ 외부공간의 장소’를 첨가한다. 이 장소는 건축법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지만 내밀한 청담동의 상권을 열린 도시경관과 만나게 하는 전략적인 장소를 만들어 낸다. 열림과 닫힘이 교차하는 공간, 내밀한 장소이면서 주변 도시를 내부로 끌어들이는 상상력이 가능한 공간을 기대한다.

건축주와의 이해관계 또한 중요한 건축과정의 일부이다. 건축주의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었는가? 건축주와의 소통이 어떠한 결과로 반영되었는가?
청담동은 고밀의 도시이면서 자본이 집중되는 도시이다. 경제논리가 철저하게 작동하는 장소에서 건축가의 의도가 건축주의 목표가 되기 쉽지 않다. 디자인은 건축주의 목표에 따라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본 프로젝트의 건축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건축가의 전문영역을 전적으로 인정해주었다. 이 신뢰는 건축가와 건축주가 서로 소통하며 고민을 보다 원할히 나누게 했다. 이것은 본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프로그램 구성에서부터 외장 마감재의 선정에 이르기까지 건축가에게 깊은 책임감을 가지게 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건축 개념 설정에서 설계에 이르기까지 건축주의 배려와 건축가의 전문성은 디자인의 중요성과 부가가치를 깨닫게 하는 결과가 되었다.

국내 근생 건축물은 최대 용적율과 임대라는 숙제를 떠안기 마련이다. 경제적인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어떠한 디자인 또는 공간구성이 반영되었는가?
기본적으로 소규모 필지에서 소규모 상업건물이 가져야 할 사업성을 최대화했다. 사업성은‘ 전용면적의 최대화’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최대의 전용면적은 공용면적을 최소화하지만, 길과 연동하여 상업시설의 대면성을 최대화하기도 한다. 소규모 대지는 사업면적의 한계를 가져오는데, 여기에 우리는 지하를 이용하여 사업면적을 확대하였다. 주변의 소규모 상점 건물들이 지하공간을 소극적으로 적용하는데 비해 지하공간이 길과 직접 연결되도록 하였다. 특히 일조권 사선제한에 의해 형성된 영역을 서비스 영역으로 제공하여 차별화된 사업성을 가지도록 하였다.

건축물에 쓰인 주재료는 무엇이며, 건축가가 어떻게 재해석해서 하였는지 궁금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외관의 주요 디자인 요소는 수직성이다. 디자인을 실제화시키는 데 있어서 관건은 수직 부재를 어떻게 구현할 것 인지에 있었다. 협소한 폭의 수직부재는 철저한 시공성을 요구하였다. 특히 수직부재를 나열시키는 데 있어서 단일부재의 단아함이 연출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 주요 외장재료로 세라믹 박판 패널을 적용했다. 이는 협소한 폭을 유지하면서도 구조체의 자중을 감소시켰다. 또한 단순하지만 면과 면이 꺽이는 상태에서 만나고 분리되는 것이 자유롭도록 했다. 이를 통해 단일부재의 단순형태가 빛과 연동하여 깊이감 있는 입체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인터뷰이: 정석현(예공포럼 건축사사무소)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16년 8월호 [Monthly Issue]페이지 © 에이엔씨출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