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n Project
이누빅 듀플렉스
Inu vik Duplex

Dia -Log

정경수_ 디아-로그 (Dia-Log) 동국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네델란드 Berlage Institute에서 도시 건축을 전공했다. 미국 뉴저지의 B&H Design and Construction과 네델란드 로테르담 OMA 등의 실무 과정 속에서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스케일과 프로그램의 건축 및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6년 공동 설립한 디자인 사무소 디아-로그를 시작으로‘ 도시와 건축 디자인에 전략적 비전 만들기’라는 모토로 작업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해밀타운하우스, 카페 스트라다 146 등이 있다. www.dia-log.org
www.dia-log.org


클라이언트의 특별한 요구사항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설계로 이어졌는가? 클라이언트와의 첫 만남에서 공유한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살만한 듀플렉스(Duplex)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듀플렉스는 경제적 효율성에 기반한 대안 주거로써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아직은 주거공간으로써 미흡한 점들이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듀플렉스의 구조적 타이폴로지는 여러 모양과 형태에도 불구하고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한 덩어리의 건축물을 수직 혹은 수평으로 반반씩 나누어 쓰는 타입(원 매스 타입, One mass type)과 별동으로 만들어 두 개의 집들이 서있는 타입(투 매스 타입, Two mass type)이다.
원매스 타입은 공간을 알차게 쓸 수 있지만, 같은 공간 안에 입구가 나란히 서있고, 마당을 공유해야 하는 등 프라이버시의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원 매스 타입에 사는 가정들은 친인척이나 친구, 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이와는 반대로 투 매스 타입은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낮은 반면, 공간의 활용도가 낮다. 별동으로 짓기 때문에 동간 거리나 대지경계선에서 공지를 확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채광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이 생긴다.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여 경제성과 주거 본연의 기능을 갖는 발전된 듀플렉스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다.

설계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이슈는 무엇이었는가? 기존 듀플렉스 하우스와 차별화되거나 보완된 부분이 있는가?
디자인 과정의 핵심 이슈는 각 가구의 공유할 부분과 공유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정의하는 것이었다. 듀플렉스의 장점은 땅값을 반으로 줄여 전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건폐율이 허락하는 선에서 필요한 만큼 집을 짓고 나머지 땅을 마당으로 쓸 수 있으니 정말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생활이 중요한 주거에서 공유를 강조한 듀플렉스는 단점도 갖는다. 예를 들어 금요일 저녁 지인들이 방문한다면 어떨까? 방문자 중 한 명이 마당을 거니는데, 옆집 거실이 보인다면 그것처럼 불편한 일도 없을 것이다. 꼭 외부인이 아니더라도, 옆집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 노는데, 당장 내일이 시험인 자녀가 공부하는 중이라면 이것처럼 말도 못하고 답답한 상황도 없을 것이다. 듀플렉스는 태생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약하다. 우리 디아로그(Dia-Log)는 디자인의 기본 방향을 건물과 대지를 공유하여 비용을 줄이고, 각 가정의 생활은 최대한 독립적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각 세대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이트 가운데에 경계선을 그어 두 개의 다른 필지라 생각하고 설계를 시작했다. 비록 나란히 붙어있는 두 개의 필지이지만 각각의 땅들은 전혀 다른 논리로 공간들이 구축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대지에 집을 나란히 세워놓고 벽돌이란 하나의 재료로 마감했다. 기존의 듀플렉스에 적용된 방식은 똑같은 형태의 두 집을 나란히 세워놓고 다른 외장 재료를 사용하여 각 주택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한 것이었다면, 우리가 제안한 듀플렉스는 각자 대지에 맞는 방식으로 구축된 전혀 다른 두 개의 집을 한가지 외장재로 마감하여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공유하도록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대지(주변환경)가 갖는 특성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건축물에 반영되었는가?
이 프로젝트는 용인 동백지구 택지개발지구 내에 위치한다. 택지개발지구 내 마을에서 발견하는 공통적 특징이라면 건축가들이 흔히들 말하는 맥락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맨하탄의 빌딩들처럼 저마다의 양식과 스타일을 뽐내며 서 있는 게 이런 동네의 맥락이라면 맥락이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건물 외형이 주는 스타일 보다는 건축물들의 쇼룸 같은 동네 분위기 속에서 건축주가 우리집을 들어가고 나올 때의 기분이었다. 호화주택들로 가득 찬 주변 환경 속에서 건축주가 이 집에 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두 집을 가장 고전적인 재료 중 하나인 벽돌로 마감하여 웅장하고 아름다운 집을 만들고자 했다.
외장 재료로 벽돌을 선택한 이유는 벽돌 고유의 물성과 실용성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외장 마감을 벽돌로 하면 외관이 견고해 보이며 아름답다. 작은 벽돌이 모여 커다란 벽체를 구성하면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고 시공방법이 용이하며 튼튼하다. 흙을 구워 만든 벽돌은 낮 동안 열을 담고 밤에 그 열을 분출하기 때문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그뿐만 아니라 외벽에 드러나는 건물의 나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멋스러워지는 것이 벽돌 건물이다. 40 ~ 50년의 시간 동안 서있을 집이라 생각한다면 벽돌만큼 좋은 재료도 없다.

내부 공간 구성에 의도한 설계방안은 무엇인가?
다닐 곳이 많은 집이다. 나는 다닐 곳이 많은 집이 큰 집이고 그래서 편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60평 아파트는 큰 집인가? 이제는 주거의 기준이 되어버린 아파트 평면을 생각해보자. 대형 아파트일지라도 사실 집안에서 갈 곳은 거실과 내 방뿐이다. 그래서 답답하다. 그보다 작은 방들일지라도 각자의 공간들이 고유의 기능을 갖고 구성되는 집이 좋다. 그래서 가족들과 모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때로는 혼자 편안하게 사색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집의 내부공간은 이런 관점에서 디자인되었다. 1층~3층의 공간 구성의 핵심은 다양하고 다채로운 공간 구성이다. 고가의 재료로 만들어 비싸고 넓어야 좋은 집이 아닌 좁지만 다양하고 짜임새 있는 공간 구성으로 집은 재미있고, 편안하며, 머무르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설계하였다.


경제적인 집짓기가 화두이다. 경제적인 면을 완충하는 어떠한 설계디자인 요소가 적용되었는가?
디자인은 결국 필요한 기능을 물리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기능적이지 않은 불필요한 디자인,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우리가 항상 경계하는 점이다. 우리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콤팩트한 디자인이다.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기능들을 나열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방법으로 구성하는 것이 결국 경제적인 설계이고 경제적인 집 짓기라 생각한다.

인터뷰이: 정경수(디아-로그)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16년 9월호 [Monthly Issue]페이지 © 에이엔씨출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