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n Project :
청도 바오마루 주택
BAOM ARU HOUSE , CHEONG DO

리을도랑 아틀리에(Rieuldoran g Atelier )



김성률_리을도랑 아틀리에 동서대학교 건축학과와 부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가가건축, 수가디자인건축, 삼현도시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3년 리을도랑 아틀리에를 개소하고 현재 동의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창의적 사고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디자인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고 다양한 건축 언어를 실험하고 있다. 근작으로 제주 시흥리 주택 등이 있다. www.rieuldorang.com

상황1 두 아이를 둔 부부가 자연을 벗 삼아 살고자 하여 자그만 집 한 채와 펜션(주변에 집들이 없어 적적함을 달래기 위함)을 함께 의뢰하였다.
상황2 설계를 시작한지 서너 달 뒤 날벼락 같은 소식을 받았다. 뒷산 전체에 주택 10채의 개발행위심의가 접수되었다는 것이다. 설계하고 있는 대지 바로 뒤편에 9m 가량의 옹벽을 세워 도로를 만들고 산 대부분의 산림을 걷어내고 주택필지를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프로젝트를 접어야 할지 개발업자와 기나긴 싸움을 해야 할지 고민의 상황이 시작되었다.
구상 일단 피하기보단 맞서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마주한 상황을 극복해보자고 설득하였다. 현재 가족이 처한 상황은 한마디로 역설에 해당한다.
자연1) 속에 살고자 왔는데 자연이 사라지는 형국이니 말이다. 우리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그대로 개념으로 가져와 집을 설계하기 시작하였다. 거의 사라지는 자연을 계획대지에서 다시 살려내야 했고 그것을 또한 강조하고자 하여‘ 역설’이란 개념을 사용하였다.
방법 대지 전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장방형의 매스를 구축하고 그 사이에 하얀 집을 배치한다. 여기서 장방형의 대지(flat ground)는 집(house of ground)이 되고 하얀 집(fake house)은 자연(artificial nature)이 되도록 한다. 바로 자연 속에 집을 짓고 집 속에 자연을 짓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계획한 것은 집에서 자연의 위상을 역설하기 위함이다.
소중한 자연을 마주하고자 왔으나 사라져버리기에 그 소중함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문학에서의‘ 역설’2)이란 개념을 가져왔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말처럼‘ 인공적 자연(artificial nature)’과‘ 자연적 인공(natural artificiality)’을 대비되도록 배치하여‘ 역설’의 개념을 표현하였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듯이 우리는 좋지 않은 상황을‘ 역설’의 개념으로 전환하여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계획하였고, 결과적으로 반전의 재미가 있는 집으로 드러나면서 부부와 아이들에게 긍정의 선물이 되었다.

글: 김성률(리을도랑 아틀리에)

건축가가 분석한 클라이언트의 특성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설계로 이어졌는가?
클라이언트는 맞벌이와 육아, 그리고 대도시 환경에 상당한 피로를 가진 부부였다. 설계를 의뢰한 동기를 보면 아이들의 성장 환경에 대한 관심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바람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는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의뢰하는 일반적인 부모들의 바람과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그들과 달랐던 부분은 아이들의 아빠가 건축학과 출신으로 건축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엄마 역시 효율적인 공간구성보다는 재미있고 특별한 공간을 요구하였다.
설계 초기에 약간의 질의응답을 서면으로 받는데 이때는 이러한 사항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예산에 맞춰서 단층형태로 자연과 조화될 수 있는 계획안을 설계했었다. 첫 계획안 미팅 후 알게 된 것은 아파트와는 다른 공간적 경험에 대한 갈증과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에 대한 소유 욕구였다. 이에 경사지를 활용한 스킵플로어 방식의 적극적인 활용과 내외부 공간의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공간적 경험이 가능하게 하였고 아지트 같은 안방의 구성과 아이들만의 마당을 계획하여, 그들이 꿈꾸는 공간이 가득한 집이 될 수 있게 계획하였다.

설계 당시의 역설적인 상황이 곧 ‘역설’이라는 콘셉트로 설계의 모티브가 되었다. 역설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표현된 것인가?
클라이언트는 자연 속에 집을 지어 숲을 벗 삼아 살고자 하였다. 그런데 설계를 시작한지 서너 달 뒤 날벼락 같은 소식을 받았다. 뒷산 전체에 주택 10채의 개발행위심의가 접수되었다는 것이다. 설계하고 있는 대지 바로 뒤편에 9m 가량의 옹벽을 세워 도로를 만들고 산 대부분의 산림을 걷어내고 주택필지를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프로젝트를 접어야할지 개발업자와 기나긴 싸움을 해야 할지 고민의 상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키고자하는 마음이 간절했고 이는 곧 역설이라는 콘셉트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역설의 개념은 형태적 모순(oxymoron)의 방법으로 구체화하였다. 경사대지에 평평한 대지를 새로 구축하고 그곳에 집을 짓는 평범한 형태를 반대로 뒤집는 것이다. 즉 평평한 대지는 집이 되고 그 위에 집의 형태는 자연이 되게 하는 것이다. 하얀 박공형태의 집은 나무를 품은 외부공간으로 구성하였고 평평한 대지 속에 들어있는 집은 경사지에 순응하는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계획함으로써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였다. 이런 형태적 모순을 통해 집에서 자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가지길 바랐고 이는 자연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의 부족으로 3채로 구상했던 계획안은 2채로 축소되었고 거의 껍데기만 있던 하얀 박공형태의 헛집 같은 형태는 어느 정도 집의 지붕역할을 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개념적 형태는 그 분위기가 다소 줄어들었다.

인공적 자연과 자연적 인공은 건축물에서 어느 부분을 의미하는 것인가?
인공적 자연이란 자연을 인공적으로 가공한 것이라기보다 자연이 된 인공을 뜻하고, 자연적 인공 또한 인공이 된 자연을 뜻한다. 자연이 된 인공(인공적 자연)은 나무를 품은 하얀 박공형태를 말하고 인공이 된 자연(자연적 인공)은 평평한 대지 속의 집을 말한다. 실질적으로는 모두가 인공적이긴 하나, 관념적으로 여겨온 대지(자연의 일부)와 집의 관계를 반대로 설정함으로써 집에서 자연의 위치와 자연에서 집의 위치를 역설적으로 되짚어보고자 한 것이다.

경제적인 집짓기가 주거건축의 화두이다. 경제적인 면을 완충하는 어떠한 설계디자인 요소(아이디어)가 적용되었는지 궁금하다.
어떤 프로젝트라도 예산은 늘 부족하다. 쏟아지는 주거관련 방대한 자료는 우리를 결정장애 환자로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늘 마주하게 되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그럼 어디에 집중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우리가 제안한 첫 번째 방법은 사용자의 몸이 자주 접촉되는 것에 고급자재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문 손잡이, 수전, 바닥재 같은 것에는 좋은 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두 번째는 저예산 주택은 괜찮으나 저단가 주택은 수락하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나온 원칙이다. 크기를 줄이든 개수를 줄이든 간에 공정에 대한 단가를 낮추면 결과적으로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정리하자면 집중할 곳의 영역을 설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욕구 사이에서 적절히 중재해 줄 나름의 기준을 정해둘 필요가 있음을 매번 느낀다.

인터뷰이: 김성률(리을도랑 아틀리에)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16년 11월호 [Monthly Issue]페이지 © 에이엔씨출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