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n Project :
남양주 능내리 카페
Cafe-House In Namyangju

신승수 + 임상진 + 최재원/ 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

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
신승수_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및 네덜란드 베를라헤 건축대학원(Berlage Institute)을 졸업하였으며, 공공성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 (주)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를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성균관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제1회 젊은건축가상(2008),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10), 한국건축문화대상(2013)을 수상하였고, 2010년에는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전시작가로 선정되었다. 저서로는‘ 슈퍼 라이브러리’‘, 공존의 방식’‘, 미술관의 입구’‘, 공공을 그리다’ 등이 있다.
임상진_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범건축과 김이건축을 거쳐 아름건축에서 소장으로 재직했다.
2006년부터 (주)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를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광운대학교의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금릉역사 현상설계 당선(아름), 서울시청사 증개축 아이디어 공모전 우수상(아름), 2008년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국제설계공모 3등(디자인그룹오즈)을 수상했다.
최재원_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범건축 거쳐 2007년부터 (주)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를 공동운영하고 있다.
2013년 신진건축상 대상, 2013년 농촌건축대전 대상, 2015년 인천시 건축상 대상, 2016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Play-scape / Play-tecture
함께 바라봄 이 작은 카페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변 능내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이제는 옛 기찻길을 따라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능내역을 바라보고 자리 잡은 이 카페의 이름은‘ 바라보다’이다. 이름에 걸맞게 건물 내부에는 다양한 높이와 각도로 능내역으로 열린 조망을 제공하는 계단식 플랫폼이 디자인되었다. 계단식 플랫폼은 그 자체로 건물의 바닥이자 의자인 동시에 테이블로도 기능하기 때문에, 이 작은 카페에는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가구들이 필요하지 않다. 이로써 ‘마주 보는’ 대신에 나란히 앉아서 함께‘ 바라보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바라봄의 놀이터 이 작은 카페 안의 바라봄의 공간은 외부 곳곳에 펼쳐진 커다란 바라봄의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다. 내부와 마찬가지로 계단식 플랫폼으로 디자인된 입체적인 외부 마당은 개방감과 동시에 위요감을 가질 수 있도록 야트막한 담들로 구획되었고, 담과 담 사이의 열린 공간들과 무대형 계단들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서, 능내역을 방문한 누구나가 자유롭게 앉아서 주변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야외무대를 닮은 공간들이 마치 조각보처럼 접속되어 있는 이 카페 마당은 차를 마시는 곳이라기보다는 차를 매개로 사람과 사물, 그리고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즐거운 놀이가 건축화된 공간, 바라봄의 놀이터가 된다.
네 가지 바라봄 이곳에는 서로 다른 네 가지 바라봄의 풍경이 펼쳐진다. 입구 데크에 설치된 야외 바 테이블 너머로 이웃집 골목을 바라보는 풍경, 무대형 계단에 앉아 커다란 창을 통해 능내역과 철로를 바라보는 풍경, 선큰 마당으로 열린 개구부들을 통해서 세 겹의 외부 공간을 동시에 바라보는 풍경, 2층 갤러리에서 내부와 외부를 가로질러 조망하는 풍경이 나선형 공간 구조를 그리면서 연결되고, 풍경과 풍경 사이에서 외부와 접속된다.


설계를 진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이슈가 된 주안점은 무엇인가?

능내역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오래된 풍경이 갖는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동시에 대지를 둘러싼 숲과 건물의 벽 뒤켠에서도 그 존재가 드러나도록 디자인해야 했다. 이 건물은 사실 능내역에서 바라본 방향이 건물의 정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오거나 걸어서 능내역을 찾은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들르는 카페를 만들어야 했기에 어떻게 하면 편하고 쉽게 접근하되 막다른 공간이 아니라, 반전의 매력과 발견의 재미가 깃든 전이공간(transitional space)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클라이언트의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었는가? 그것이 어떻게 설계로 이어졌는가?
클라이언트 역시 능내역과 카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원했고, 개축에 의해서 규모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작지만 공간적으로는 넓게 인지되는 개방적인 공간을 요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간 자체가 풍경을 담고 동시에 풍경 속에 놓인 작품이 되길 기대하였던 것 같다. 항상 기존의 것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접근을 독려하고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기대와 바람이 구현된 것이 바로 야외무대와 같이 만들어진‘ 좌석방(seating room)’이다.
북측 고창에서 스며드는 은은한 빛깔을 뒤로하고 2개 층 높이의 전창으로 능내역을 내려다보는 좌석방은 능내역과 앞 마당을 무대로한 계단형 관람석의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 풍경에 둘러싸여 테이블에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나란히 앉아서 차를 마시며 함께 풍경을 즐기는 공간이 바로 좌석방을 통해서 구현하고자 했던 모습이다. 덕분에 외부공간에 건물을 건축한 것이 아니라 외부공간을 건축한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기면서, 연결된 열린 공간, 작지만 넓은 공간, 자연스럽게 환경에 스며드는 흐름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폐역인 능내역 앞에 자리한 위치, 이를 둘러싼 주변환경이 어떻게 건축물에 반영되었는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풍스러운 능내역 풍경을 건물 안에 담아내고, 능내역을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 철로에서 능내역으로 연결되는 외부계단을 연장하여 카페 내부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계단 형태의 바닥판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끝의 정점에는 지붕을 얹어 카페가 자리 잡도록 했다.
한편, 다양한 풍경과 레벨을 갖는 건축물 경계부를 따라 계단 형태의 바닥판을 연속적으로 이어서 나선형태의 동선 공간을 만들고 그 결절부 각각에 투명한 입구와 야트막한 담을 두었다. 결과적으로 건너편 골목, 동측 잔디밭, 그리고 능내역에서 건물로 진입하는 사람들은 담을 따라 걷다가 투명한 입구를 거쳐서 모든 동선이 수렴하는 곳에 자리 잡은 카운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만남’이 나선형 구조를 그리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건축물에 쓰인 주재료는 무엇이며, 흰색의 건축물을 의도한 이유는 무엇인가?
외장재는 흰색 천연 대리석을 사용하였다. 주변의 녹음과 고풍스러운 능내역에 뚜렷이 구별되면서도 마치 야외 조각품처럼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의 흔적이 입혀질수록 조각 같은 대리석 건축물은 더욱더 자연스럽고 고풍스러워 보일 것이다.

‘카페 혹은 갤러리, 가구 혹은 건축, 사용 혹은 용도?’ 이 프로젝트에 담긴 질문들은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
이 건물은 본래 상가주택으로 사용되어온 건물을 개축하여 만든 것이다. 클라이언트는 카페로 쓰다가 상황이 변하면 주택으로도 사용한다는 유연한 계획도 가지고 있었고, 카페 2층에는 자신이 수집해 온 미술작품을 모아서 갤러리를 만들고자 하였다. 갤러리 카페이면서, 카페 주택이기도 한 것이다. 카페로 대표되는 ‘외부화된 방’을 이동하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거주 양상을‘ 주거의 도시화’라고 한다면, 이 카페는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역세권에 위치한 역전 극장, 갤러리, 거실 등이 복합화된 다기능적 공간인 동시에 그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말그대로 전이공간인 셈이다‘.
use’라는 단어가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용’이고, 계획자의 입장에서는‘ 용도’이듯이, 규정할 수 없는 경계 공간에 위치한 의외의 공간, 놀이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었다. 마찬가지로 이 카페의‘ 좌석방’에는 카페라면 연상되는 테이블도 의자도 없다. 건축이 곧 가구인 셈이고, 서로를 마주봄 대신에 함께 바라봄이 있는 것이다.

디자인그룹오즈의 저서인 ‘공존의 방식’에서 말하는 ‘개인을 사회와 소통시키는 공존의 디자인’, ‘사적이지 않은(un-private) 무엇에서 찾고자 한 공존의 방식’이 이 프로젝트와도 연결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오즈의 건축철학이 반영된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이 프로젝트에서‘ 사적이지만은 않은 무엇’은 카페와 능내역 사이의 석축을 헐고 야외무대 형태의 계단을 만듦으로써, 건물 내부 그리고 능내역과 철로 사이의 계단을 포함해서 총 3개의‘ 좌석방’을 만든 것을 첫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구획화되고 파편화되었던 경계부 자투리 공간들이 연결되고 사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보는 것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셨던 故 정기용 선생님의 말씀을 빌자면, 이 공간에서는‘ 함께 바라본다’는 새로운 유형의 사용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개별적 행위의 모습이 드러나고, 중첩되는 놀이의 건축, 행위의 극장과도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공간구조를 능내역을 비롯한 공공공간으로 연계시켜 나가고자 했다는 점에서 ‘공존’이 아니면 달리 무엇일까 싶다.

인터뷰이: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건축사사무소)



건축문화편집부 (archious@ancbook.com)
건축문화 2016년 12월호 [Monthly Issue]페이지 © 에이엔씨출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