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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自國 건축가 홀대하는 한국건축
작성자 화가 임옥상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05-08-11 17: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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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997
 나는 올해 초 완공된 서울 강남의 현대산업개발 건물을 보고 세 번 놀랐다.
그것이 지어지는 과정을 보며 어떻게 저런 이상한 것이 세워지고 있는가 하며
한 번 놀랐고, 두 번째는 그것이 베를린의 유태인박물관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세 번째는 이 이상한 건물에
쏟아지는 찬사에 더욱 놀랐다.
나는 지금도 그의 유태인박물관을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조각 작품이었다. 그것은 ‘부재(absence)의 미학, 절제와 비움의 건축’이었다. 빛과 어둠, 삶과 죽음, 발언과 침묵, 그 극대비 속의 긴장!

그런데 그런 그가 만든 이것은 무엇인가. 시끄럽고 요란할 뿐이다. 그는 실험을 한 것이다. 장난을 쳐본 것이다.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가와 좋은 건축주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건축가가 훌륭하더라도 건축주가 그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불균형이

생긴다. 이 둘이 엇박자를 놓기 시작하면 건축이 아니라 처치곤란한 물건 덩어리만을 양산하고 말 뿐이다.


바야흐로 국제화의 시대, 세계화의 시대다. 문화적으로 문을 닫고 있으려야 불가능하다. 오히려 문은 활짝 열릴수록 좋다. 그러나 이 문이 밖으로는 열려 있고 안으로는 닫혀 있다면 말이 되겠는가.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건축 현실에서는 바로 이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 건축설계 경기가 국내 작가에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외국 건축가들에게만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처음에는 기업 등에서 시작되더니 이젠 관공서에까지 버젓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지은 리움미술관의 경우 3인의 외국건축가로만 구성, 완공하였고, 이화여대의 다목적 복합개발도 외국 건축가들에게만 참여 기회를 주었다.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도 국내 건축가는 하수인으로 외국 건축가와 묶어 짝을 이루게 하였다. 또 독일 베를린에 들어서게 될 한국대사관도 무명의 독일건축가에게 맡겨졌다.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부산영상문화센터도 외국의 7인 건축가에게만 설계경기 참여 기회를 주고 있다.


문화란 무엇인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업신여기는 것이 세계화이고 국제화인가. 문화는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문화다. 나를 내보이는 것, 즉 세계 속에 자신의 행동양식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나의 존재를 알리면서 상대의 존재를 알고,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방식을 찾고 배우는 것이 문화다. 상대를 부정하거나 나를 부정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정신질환이다. 콤플렉스다.


나는 서울에서 좋은 건축을 말하라면 주저 없이 김중업이 설계한 삼일빌딩과 김수근이 설계한 타워호텔을 꼽는다. 우리는 1970년대 춥고 가난했던 시절에도 걸출한 두 건축가를 배출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건축에 대한 이해는 모멸감을 느낄 정도다. 세계 미술시장의 재고처리장으로 국제적 ‘봉’을 자처하더니만 이제는 그 불길이 건축으로 옮겨 붙었다. 졸부(猝富) 선언을 하고 나서는 꼴이다.


라파엘 비뇰리의 ‘종로 타워’를 보고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은 이것은 고도(古都) 서울에 대한 모독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왜 공공기관에서까지 자국의 건축가를 홀대하는가. 경쟁의 참여 기회조차 박탈하는가. 우리나라를 세계 건축의 하치장·종말처리장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우리 손으로 알뜰살뜰 가꿀 것인지 짚어볼 때다. 문화전략 없는 문화대국은 없다. 우리 모두 문화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다.



조선일보 20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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